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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남자가 단 한 명이라면? Y: 더 라스트 맨 - 디스토피아, 후기, 해석

by chacha5 2025. 4. 25.

Y: 더 라스트 맨
Y: 더 라스트 맨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는 수십 년 동안 인류 문명의 몰락 이후를 상상하며 다양한 작품 속에서 다루어졌습니다. 대부분은 생존을 위한 전투, 자원 쟁탈전, 무정부 상태 속 권력 다툼 같은 자극적 설정이 중심이었죠. 하지만 드라마 ‘더 라스트 맨(Y: The Last Man)’은 조금 다른 길을 택합니다. 생존 액션보다는 정치적 메시지와 사회 구조 변화에 집중하며, 인류 대멸종 이후의 세상에서 여성들이 주도권을 잡는 모습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같은 설정은 분명 흥미롭고 현대 사회에서 논의되는 젠더 이슈와도 맞닿아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이야기 전개가 다소 지루하다는 평이 이어지며 시즌2 제작은 취소되었습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 생존에서 정치로

‘더 라스트 맨’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전형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정치적 디스토피아’에 더 가깝습니다. 전 세계 남성이 정체불명의 이유로 동시에 사망하고, 오직 여성들과 단 한 명의 남성 ‘요릭’만이 살아남은 상황에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 설정만으로도 기존 장르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며 새로운 서사 구조를 기대하게 만들었죠.

이 드라마는 단순히 생존과 모험에 그치지 않고, 갑작스러운 사회 붕괴 속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권력 구조와 그 속에서의 정치적 갈등을 그립니다. 전 세계 정부가 붕괴된 가운데, 미국은 여성들로 구성된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게 되고, 여기서 벌어지는 정치적 마찰과 정권 재편이 중심 줄거리로 작용합니다. 특히 여성 대통령 대행의 리더십, 반대 세력과의 긴장, 그리고 요릭을 둘러싼 정보 은폐 및 통제 등은 현실 정치와의 유사성을 띠며 관객들에게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런 전개는 일반적인 액션 중심의 아포칼립스물과 달리, 감정선이 보다 복잡하고 진중하게 흐릅니다. 극 중 인물들은 물리적인 적보다는 정보, 정치력, 사회적 여론을 무기로 삼아 싸웁니다. 이는 일부 시청자에게는 지적인 자극을 주지만, 반대로 스토리의 속도감이나 감정적 고조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답답함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여성 리더십 중심의 새로운 사회 재건 서사

‘더 라스트 맨’은 젠더 중심의 서사 구조를 전면에 내세우며, 포스트 아포칼립스 이후의 사회에서 ‘여성’이 어떻게 중심이 되어 질서를 회복해 나가는지를 그립니다. 인류 절반 이상이 사라진 위기 속에서 살아남은 여성들은 그저 살아남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정치, 과학, 생존, 군사 등 모든 영역에서 주도적으로 대응합니다. 이 같은 설정은 기존 대다수 SF 콘텐츠에서 조연으로 소비되던 여성 캐릭터의 입지를 완전히 뒤바꾸는 시도로 평가받습니다.

주인공 요릭은 오히려 수동적인 존재로, 여성이 그를 보호하고 감시하며 통제합니다. 이는 단지 젠더를 바꿨다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존 권력 구조의 전복’이라는 상징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작품 속 정치 리더, 정보 기관의 실무자, 필드 요원 등 주요 역할을 대부분 여성들이 맡으며, 다각적인 리더십의 형태를 보여줍니다. 강압적인 통제부터 감성적 조율, 협상 중심의 리더십까지 다양한 유형이 드라마 속에서 구현되며, 여성 리더십의 다양성을 보여주죠.

이러한 서사 구성은 단순한 젠더 이슈를 넘어, ‘재난 이후의 사회적 회복 과정에서 누가 리더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그리고 그 답을 ‘여성’으로 설정함으로써, 기존 남성 중심 사회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반문을 던지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특히 페미니즘, 젠더 평등에 관심 있는 시청자층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시즌2 취소, 그 원인은 어디에 있었나

기획 의도는 훌륭했고, 메시지는 명확했지만, ‘더 라스트 맨’은 결국 시청률과 대중성 면에서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초반에는 참신한 설정으로 주목받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시청자 이탈이 심화되었고 시즌 1 종영 이후 시즌2 제작이 공식 취소되었습니다. 이 결정은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메시지는 좋았지만,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너무 정적이고 느릿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았기 때문이죠.

실제로 각 에피소드에서 큰 사건이 일어나기보다는, 인물 간 대화와 갈등 조율, 정치적 협상 등이 중심이 되다 보니 극적 긴장감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또한 요릭이라는 인물 자체의 매력도 다소 약해, “왜 이 캐릭터가 중심 인물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청자 반응도 존재했습니다.

결국 ‘더 라스트 맨’은 기존 장르 문법을 전복하려는 시도는 높이 평가받았으나, 드라마로서의 몰입도와 속도감 부족으로 인해 대중성과의 접점에서 실패한 사례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는 창작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깁니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도 그것을 감성적, 극적 방식으로 풀어내지 못한다면 설득력도, 생명력도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더 라스트 맨’은 분명히 흥행하지 못한 드라마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무의미한 작품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장르적 틀을 깨고 젠더 관점을 중심에 둔 서사로 사회적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의의는 큽니다. 드라마로서 완성도에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 같은 시도 자체가 콘텐츠 산업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향후 유사한 장르나 소재를 활용하는 콘텐츠에 있어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습니다.

 

‘Y: 더 라스트 맨(Y: The Last Man)’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입니다. 특히 남성 중심의 기존 서사 구조를 뒤엎고 여성들이 주체가 되는 세계를 그렸다는 점은 상징성과 실험성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연출과 스토리텔링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존재했고 그 결과 시즌2가 제작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작품이 보여준 시도 자체는 분명한 의미가 있습니다. 여성 리더십, 젠더 균형, 그리고 디스토피아적 상황에서의 인간성과 정치적 긴장감을 조명한 이 드라마는 향후 콘텐츠 산업에서 더 깊이 있는 서사 구조를 개발하고자 하는 제작자들에게 하나의 좋은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원작 만화는 호평을 받았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국내와 해외 모두 평점이 낮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